일요일, 8월 17, 2008

나의 인생 나의 기타

한달전쯤인가..
KBS 2 TV에서 토요 프리미어 극장인가 하는 토요명화 후속 영화 프로그램에서 '나의 인생 나의 기타'라는 영화를 봤다. 원제는 'the guitar'였는데.. 나에게는 매우 뜻 깊은 영화였다.
인터넷 영화평은 지루하다, 별 내용 없다 는 등의 말들이 많았지만, 기타리스트 혹은 뮤지션이 되는게 인생의 꿈이였고 아직도 내 장래 희망은 Rock'n Roll star 라고 이야기 하는 나에게 이 영화는 내가 전기기타에 대해 품고있던 환상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영화 내용은 여자 주인공이 말기 암이란 의사의 진단을 듣고 얼마 안남은 인생에서 하고 싶던것들을 해 보고 살겠다며 고급 아파트를 임대해 마음대로 물건을 사고, 관계를 가지며 살아가게 된다.
그 중에 하나가 기타를 구입하서 배우는 것이다. 어렸을 적의 회상장면에서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던 장면, 악기가게에 진열된 전기기타를 가지고 싶어하는 장면, 기타를 훔쳐 달아나다가 주인에게 잡혀 혼나는 장면들이 나오고, 여자는 죽기전에 해보고 싶은것들 중 하나로써 기타를 구입한다. 여자는 기타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를 온갖가지의 것들을 사 들이는데, 어차피 죽을 것이니 지불계획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 가는지 모르고 지내다 보니 의사가 선고한 죽어야 될때가 이미 지났는데도 아직 죽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시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가 말하길 너무 스스로를 많이 바꿔서 암이 환자를 인식하지 못해 사라졌다고 한다. 여자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사는게 너무 큰 일탈 이었고, 이것때문에 사람이 너무 바뀌어 암세포가 '이것은 내가 살던 사람의 몸이 아니네' 하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것을 하고 산다는 게 임박한 죽음조차 못 알아볼 정도로 나를 완전히 다른사람 처럼 인식되게 한다는 생각을 하니 우리의 인생이란게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이렇게 살라고 주어진 인생이 아니었을 텐데 우린 뭘 이루겠다고 이렇게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여자는 암에서 완치 됐지만 신용카드를 너무 막 쓴 탓에 카드 빚 갚느라 기타만 남기고 그간 무분별하게 샀던 물건들을 팔아치웠고, 결국 노숙자 신세가 된다. 공원에서 푼돈이나마 벌기위해 기타를 치다가 어느 밴드에게 그녀의 기타실력이 주목을 받게 되고... 마지막 장면은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 클럽같은 곳에서 그 어느 밴드의 기타리스트로써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으로 보여지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여자는 암을 계기로 자신을 바꿨고 그 댓가로 자신의 모든것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한가. 대신 정말 원하던 꿈을 이루게 되는데.
나도 내 오랜 꿈의 한 발자국을 내 딛었다.
나도 드디어 기타를 샀다.
초보자용으로 별로 대단한 제품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초저가 초보자용 모델을 구입햇다.
제품명을 Dame사의 Saint T250 DBS(M).
기타 스탠드와 연습용 앰프, 기타 tunner등이 포함된 package로 된 상품이다.
취미겠지만 진지하게 해 볼 생각이다.
언니네 이발관이 내게 용기를 준 이후 10년이 넘게 지났다.